다이아 페스티벌서 나타난 크리에이터 '팬덤'…"하위문화서 '대중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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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페스티벌서 나타난 크리에이터 '팬덤'…"하위문화서 '대중문화'로"
  • 전준강 기자
  • 승인 2017.07.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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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아침마당에 출연한 임요환 / KBS

2003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KBS1 아침마당에 당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테란의황제' 임요환 선수가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방송 주제는 '게임중독'이었는데, 두명의 MC(아나운서 이상벽, 이금희)가 던진 질문 수준이 굉장히 저급해 논란이 됐다.

비록 대본에 적힌 대로였겠지만, 두 MC는 임요환에게 "사이버 머니가 1억이 넘느냐", "PK(Player Kill)를 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상대를 죽이고 싶을 때가 있느냐", "게임에 중독된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유명 기업 '오리온'과 정식 계약한 억대 연봉 프로게이머에게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한 것이다. "공중파에 드디어 프로게이머가 출연한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던 게임팬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심지어 당시 임요환을 섭외한 PD는 주제도 미리 알려주지 않고 자리에 앉혀만 놨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게임팬들은 크게 반발했고, 게임은 중독성만 띄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라고 설명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 덕분에 사람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교정'되기 시작했고, 사회적 논의도 조금씩 진행되기 시작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게임에 관한 담론들이 펼쳐졌고, 게임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들이 개진됐다.

이후 게임 팬들은 온라인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조금씩 밖으로 나왔다.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펼쳐지는 곳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일명 '광안리 대첩'이라 불리는 2004년 SKY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전 현장 / OGN

게임을 하는 곳에 사람이 몰리자 대기업 SK텔레콤과 KTF 등이 게임단을 창단하고 글로벌 기업 '질레트', 국내 굴지의 기업 '대한항공', '신한은행'이 게임리그 후원에 나섰다.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늘어났고, 대한민국 군대는 '공군 ACE'라는 특별부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게임은 청소년들의 그저 그런 '하위문화'에서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이 현상을 보면 인상적인 부분은 두 가지로 종합해볼 수 있다. 하나는 인식이 안 좋던 직업군이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사회적인 관심이 증대되면, 인식이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자본이 몰리고, 그로 인해 사람이 더욱 많이 모이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현재 게임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산업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MCN(Multi Channel Network) 산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극적인 영상과 각종 '사건·사고' 때문에 1인 크리에이터는 '사고뭉치'라는 부정적 시선이 강했다. 스스로 영상을 찍어 올리는 사람을 가리켜 사람들은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뷰티 유튜버 써니와 그 팬들 / CJ E&M

'관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온 크리에이터들이 지난 15일, 16일 서울 구로 고척스카이돔에 한데 모여 '제2회 다이아 페스티벌'(DIA FESTIVAL)이라는 이름의 축제를 펼쳤다. 이 현장에서 MCN이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눈에서 크리에이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를 보는 눈은 반짝거렸고, 사인회에 등장한 스타와 조우한 팬들은 소리를 지르기까지 했다.

유튜브를 즐겨 보는 10대와 20대 관람객은 물론 '키즈 콘텐츠'를 즐겨 시청하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객 등 주최 측 추산 약 5만명의 관객이 모여 축제를 즐겼다. '유료' 입장을 해야 하는 행사였는데도 5만명이나 찾은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공연을 한 무대의 맨 앞자리는 아침 9시 전부터 줄을 선 관객들의 차지였다. 관객들은 크리에이터의 말과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했고, Q&A를 할 때면 눈도장을 찍고 싶은 마음에 너도나도 손을 들고 질문했다.

현장의 크리에이터들의 개별적 인지도는 TV 속에 등장하는 연예인보다 낮을지 몰라도 '팬덤'만큼은 웬만한 아이돌 스타 못지않았다. 곳곳에 등장하는 크리에이터를 본 팬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에 고척스카이돔에서는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허팝을 보기위해 달려온 아이들과 그 부모들 / <사진 - 전준강 기자>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처럼 크리에이터에 대한 인식 역시 완전히 변화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럼 나머지 한 가지, '자본'은 크리에이터 그리고 팬들과 함께하고 있을까.

이번 다이아 페스티벌은 DIA TV를 운영하는 CJ E&M과 서울특별시, 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 주최, 서울산업진흥원이 공동주관한 그야말로 '큰 행사'였다. 돔구장을 2일 동안 독점 사용할 정도로 비용을 꽤 많이 들인 행사였다.

이외에도 화장품 브랜드 '미샤', 오픈마켓 'G마켓', 배달앱 '요기요'가 직접 이 행사를 후원했다. 각자의 업계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기업들이 크리에이터 행사에 '돈'을 투자한 것이다.

아직 대기업은 CJ 밖에 없지만, 점점 MCN 산업에 '자본'을 가진 측이 모이고 있다. 예전 게임 리그를 후원하던 스폰서의 이름값이 조금씩 커지던 현상과 비슷하다. 자본은 조금씩 커지고 있고, 모이는 사람들도 이전보다 더욱 많아지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언제나 늘고 있다는 사실도 매우 중요하다.

박막례 할머니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으며, 외신 기자들까지 와 사진을 찍었다. / <사진 - 김유리 기자>
팬들과 하나되어 콘텐츠를 즐기는 쿠쿠크루 / <사진 - 김유리 기자>

이처럼 MCN 산업은 청소년들의 그저 그런 '하위문화'에서 대중문화로 나아가려는 발판을 쌓았지만, 그것이 꼭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이아 페스티벌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다이아 페스티벌은 음식점으로 비유하면 '뷔페'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잘 차려진 뷔페. 시설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다양한 뷔페 같았지만 딱 하나 꼬집어서 엄청 맛있다고 할 음식이 없었다. 특별한 콘텐츠는 없었고, 그들이 영상 속에서 보여주던 모습을 '무대 현장'에서 다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사전에 리허설도 제대로 하지 않아 크리에이터와 스텝, 타 출연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 

다이아 페스티벌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 '억·섭·호'<사진 - 전준강 기자>
크리에이터의 공연 무대를 기다리는 팬들 / <사진 - 전준강 기자>

온라인에서만 모이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오프라인에 집결했고, 굉장히 성공적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다만 확고한 '대중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페스티벌 자체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해 보인다.

사람이 몰리는 곳엔 자본이 몰리고, 자본이 몰리면 판이 커진다. 판이 커지면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온다. 지난 시절 '게임'을 통해 그 모습을 확인했고, 다이아 페스티벌도 그것과 아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다이아 페스티벌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팬들 / CJ E&M
전준강 기자 orionnada@influencer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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